제가 첫째아이 임신하고 나서, 체중이 총 15kg가 쪘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둘째아이 임신하고 나서는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 막달인데도 7kg밖에 찌지 않아 내심 걱정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찌지 않으면 아이에게 적절한 영양분이 가지 않는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 때문인데요. 이런 제 걱정과는 달리 다른 분들은 임신을 하고 병원에 갔는데 “체중이 너무 빨리 늘고 있으니 조금 조절하셔야 합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임신하면 당연히 살이 찌는 것 아닌가 싶은데, 막상 체중계 숫자가 빠르게 올라가면 ‘이러다 출산하고 살을 못 빼는 것 아닐까?’하는 걱정도 생깁니다.
반대로 임신 중에 체중이 너무 많이 늘면 임신성 당뇨, 임신성 고혈압이나 전자간증, 제왕절개 등의 위험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체중 관리는 분명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임신 중 다이어트는 해도 괜찮은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임신 중 체중 관리는 살을 빼는 다이어트보다는 임신 전 BMI와 임신 주수에 맞게 적정 체중 증가를 관리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너무 많이 먹는 것도, 아기를 위해 무조건 굶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1. 임신 중 적절한 체중 증가량
임신했다고 해서 모든 산모가 똑같은 체중을 늘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임신 전 체중과 BMI에 따라 권장되는 임신 중 체중 증가량이 달라집니다.
단태아 임신을 기준으로 CDC가 제시하는 권고 범위는 임신 전 BMI가 정상인 경우 총 11.3~15.9kg, 저체중은 약 12.7~18.1kg, 과체중은 6.8~11.3kg, 비만은 5.0~9.1kg 정도입니다.
따라서 “임신하면 10kg만 찌면 된다”처럼 모든 임산부에게 하나의 기준을 적용하면 안 됩니다. 같은 10kg이 늘었다고 해도 임신 전 체중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신 중 체중 증가에는 태아의 체중만 들어가는 것도 아닙니다. 태반과 양수, 자궁과 유방의 변화, 혈액량과 체액 증가 등 여러 가지 변화가 함께 포함됩니다. 즉 임신 중 체중이 늘어나는 것 자체는 몸이 임신을 유지하기 위해 나타나는 정상적인 변화입니다.
그래서 체중계 숫자가 올라가는 것만 보고 “살이 쪘다”고 생각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임신했다고 두 사람 몫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임신하면 “아기까지 둘이 먹으니까 두 사람 몫을 먹어야 한다”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임신했다고 필요한 열량이 갑자기 두 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CDC 기준으로 건강한 임신 전 체중을 가진 임산부의 경우 임신 1분기에는 추가 열량이 특별히 필요하지 않고, 2분기에는 하루 약 340kcal, 3분기에는 약 450kcal 정도의 추가 섭취가 일반적인 기준으로 제시됩니다. 생각보다 많지 않은 양입니다. 예를 들어 임신했다고 평소 식사량에 계속 간식을 더하고, 달고 짠 음식이나 배달음식까지 자주 먹게 되면 생각보다 체중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임신 초기에는 입덧 때문에 음식 섭취가 줄어드는 분도 있고 반대로 임신했다는 이유로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는 분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특정 음식을 무조건 참는 것이 아니라 임신 전부터 먹던 식습관을 돌아보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입니다. 채소와 과일, 통곡물, 단백질 식품, 유제품 등을 골고루 먹고 지나치게 당분이나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은 줄이는 방식이 기본이 될 수 있습니다.
2. 임신 중 다이어트와 빠른 체중 증가의 문제점
여기에서 말하는 다이어트가 무엇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신 중 체중이 너무 빠르게 증가해서 식습관을 조절하는 것과, 체중을 줄이기 위해 식사량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임신 중에는 아기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하면서 적정 체중 증가 범위에 맞춰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임신 중 체중이 많이 늘었다고 해서 임의로 끼니를 거르거나 탄수화물을 완전히 끊거나, 극단적인 저칼로리 식단을 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임신 전부터 과체중이나 비만이었던 경우에는 “임신했으니 무조건 많이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임신 전 BMI가 높을수록 권장되는 총 체중 증가량은 정상 체중보다 낮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감량이 아니라 적정 범위 안에서의 체중 관리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체중이 너무 많이 늘어나는 것도 왜 문제일까?
임신 중 체중 증가가 권고 범위를 크게 넘어서는 경우에는 여러 임신 합병증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과도한 체중 증가는 임신성 당뇨나 임신성 고혈압 등의 위험과 관련되고, 아기가 주수에 비해 크게 자라는 경우나 제왕절개 분만과도 관련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살이 많이 찌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임신 중 체중 변화는 개인의 임신 전 BMI, 식습관, 활동량, 태아의 성장, 부종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지난주보다 몇 kg 늘었는지만 보는 것보다 임신 전 체중을 기준으로 현재까지 얼마나 증가했는지, 증가 속도가 어떤지, 혈압이나 혈당, 태아 성장 상태는 어떤지 등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병원에서 체중 조절을 권유받았다면 “살을 빼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현재 나에게 적절한 체중 증가 속도를 의료진과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너무 적게 먹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체중이 많이 증가하는 것이 걱정된다고 해서 임신 중 식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임신 중에는 산모의 몸뿐만 아니라 태아가 성장하고 발달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가 필요합니다. 체중을 줄이는 데만 집중하다 보면 단백질, 철분, 엽산, 칼슘 등 임신 중 중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임신 중에는 체중계 숫자 하나만 보고 식사량을 급격하게 줄이기보다 영양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식사를 조절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최근 임신 중 체중 관리에 대한 권고에서도 지나친 체중 증가뿐 아니라 체중 증가가 지나치게 적은 경우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체중 증가가 너무 적으면 태아가 주수에 비해 작게 성장하는 등의 문제가 연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임신 중 체중 관리는 “많이 찌지 않는 것”만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됩니다.
임신 중 필요한 식단과 운동
임신 중 체중을 관리한다고 해서 식사만 줄일 필요는 없습니다.
건강한 임산부라면 의료진에게 특별한 운동 제한을 받은 경우가 아니라는 전제에서 걷기와 같은 중강도 신체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CDC는 건강한 임산부에게 임신 중 주당 150분 정도의 중강도 유산소 활동을 권고하고 있으며, 신체활동은 과도한 체중 증가와 임신성 당뇨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모든 임산부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출혈이나 조산 위험, 임신 합병증, 전치태반 등으로 운동 제한을 받은 경우에는 운동보다 의료진의 지시가 우선입니다. 특히 임신 후기로 갈수록 몸 상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해서 운동 시간을 채우려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결국 임신 중 체중 관리는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내 몸과 아기가 필요한 만큼 먹고 가능한 범위에서 건강하게 움직이는 생활습관 관리에 가깝습니다.

3. 임신 중 다이어트와 비만, 무엇이 더 위험할까?
이 질문에는 한쪽을 단순히 “더 위험하다”고 답하기 어렵습니다.
임신 중 과도한 체중 증가는 산모와 아기에게 여러 임신 합병증 위험을 높일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식사를 제한해 체중 증가가 부족해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와 관련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임신 중에는 비만이 될까 봐 무조건 굶는 것과 체중이 늘어나는 것을 무조건 두려워하는 것 모두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임신 중 체중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살을 빼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내 임신 전 BMI를 기준으로 적정 체중 증가 범위를 알고 그 안에서 천천히 관리하는 것입니다. 특히 병원에서 “체중을 조금 조절하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들었다면 혼자서 다이어트 방법을 검색해서 식사를 크게 줄이기보다는, 현재 임신 주수와 체중 증가량을 의료진에게 보여주고 어느 정도까지 증가하는 것이 적절한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임신은 평소와 같은 몸 상태가 아닙니다. 지금 내 몸에 붙은 체중이 모두 지방도 아니고, 체중이 늘었다고 해서 모두 잘못된 것도 아닙니다. 아기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체중은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이면서, 필요 이상으로 증가하지 않도록 식사와 활동을 조절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4. 마무리글
임신 중 체중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임신 전보다 몸이 계속 커지는 것을 보면 출산 후에 이 살을 어떻게 빼야 하나 걱정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임신 기간의 목표는 체중 감량이 아닙니다. 산모와 아기가 건강하게 임신 기간을 지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임신 전 BMI에 따라 권장되는 체중 증가량이 다르고, 임신 초기·중기·후기에 필요한 에너지와 몸의 변화도 다릅니다. 따라서 다른 임산부와 체중을 비교하기보다는 나에게 맞는 기준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많이 먹는 것도 조절해야 하지만, 살이 찌는 것이 두려워 굶거나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활동하고, 정기검진에서 체중과 혈압, 혈당, 태아의 성장 상태를 함께 확인하는 것. 이것이 임신 중 체중 관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신 중에는 ‘살을 빼는 다이어트’보다 ‘건강하게 필요한 만큼 증가하는 체중 관리’를 목표로 해보세요.
#참고 자료
- CDC, Weight Gain During Pregnancy
- CDC, Pregnancy Complications
- CDC, Pregnant & Postpartum Activity: An Overview
- 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 Women Who Are Pregnant or Lactating
- NICE, Maternal and child nutrition: healthy and appropriate weight change during pregna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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